베컴이 맨유를 떠난 배경과 퍼거슨 감독의 철학
맨유와 잉글랜드를 뛰어넘은 세계적인 스타였던 베컴이 맨유를 떠난 직접적인 계기에 대해 스포츠 팬들 사이에 널리 잘 알려져 있다.
퍼거슨 감독이 걷어찬 축구화가 그의 눈 위에 맞았고, 그로 인해 둘 사이가 급격하게 안좋아지며 결국 베컴이 팀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이다.
그 큰 줄거리는 그대로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경위는 다소간 잘못 전달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. 그리고 그 사건의 이면에는 퍼거슨 감독이 맨유를 26년간 이끌 수 있었던 그의 확고한 철학이 담겨있다.
베컴과 퍼거슨 감독 사이에 본격적으로 불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은 그의 스타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인 2002/2003시즌의 일이었다.
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조별에선 마지막 경기 그리스전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베컴의 프리킥 골로 잉글랜드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면서 그가 맨유의 스타를 넘어 잉글랜드의 영웅으로 더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던 무렵 이었다.
퍼거슨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.
” 베컴이 우리와 함께 보낸 마지막 시즌에 우리는 그의 활동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, 레알 마드리드가 베컴의 에이전트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.
가장 큰 문제는 전에는 맨유를 위해 전력을 다하던 그의 폼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.”
이미 맨유를 넘어 잉글랜드를 상징하는 선수였던 베컴과 그의 맨유에 대한 헌신이 줄어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퍼거슨 감독은 곧 돌이킬 수 없는 충돌을 겪게 된다.
정확히 2002년 2월 15일 아스널과의 FA 컵 5라운드에서 0-2 패배를 당하며 탈락했던 경기 후의 일이었다.
“베컴은 내게서 4미터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었고 그와 나 사이 바닥 위에는 축구화가 놓여 있었다. 베컴이 욕을 했고, 나는 그를 향해 다가가다가 축구화를 걷어차 버렸다. 그 축구화는 그의 눈 바로 위에 맞았고 그는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덤벼들려고 했다.
주변에 있던 선수들은 모두 그를 말리고 나섰고 나는 그에게 ‘ 너는 네 팀과 동료들을 실망 시켰다 할 말이 있으면 맘대로 해봐라 ‘ 라고 말했다.”
그것이 보통의 선수에게 있었던 일이라면 드레싱룸 안에서 있었던 해프닝에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.
그러나 베컴의 경우라면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. 그의 눈 위에 상처를 발견한 영국의 기자들은 어떻게 알아 냈는지 베컴과 퍼거슨 감독 사이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.
그 소식은 잉글랜드를 넘어서 전 세계에 있는 그의 팬들에게 전해졌다. 그렇게 두 사람사이에 있었던 일은 전 세계가 아는 스캔들이 되었고, 결국 그 시즌을 끝으로 베컴은 맨유를 떠난다.
퍼거슨 감독은 그때의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. ” 바로 다음날 그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퍼져 나갔다. 팬들은 그 축구화로 인한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점점 과장하기 시작했고 그 후에 나는 이사진에게 베컴을 내보내야만 한다고 이야기 했다.
내가 이사진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확고했으며 내가 늘 말해왔던 것으로 그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.
그가 어떤 선수이든 자신이 맨유라는 팀보다 더 큰 존재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팀을 떠나야만 한다”는 것이다
스포츠 세계에서 감독이 권위를 잃는 순간 그는 팀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. 그 팀은 선수들에 의해 돌아가게 되고, 그러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다.
베컴 역시 자서전을 통해 당시의 사건에 대해 ” 내 인생에서 그렇게 자제력을 잃은 순간은 처음 이었다.” 며 자신이 좀 더 자제했어야 한다는 말로 당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.